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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 '오'는 어디서 왔을까? 지지 12개가 들려주는 시간 이야기

· 60갑자와 일주 · 8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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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노을 아래 말과 지지 시간 바퀴가 놓여 있고, 바퀴의 오(午)와 말 그림이 강조된 이미지. '정오의 오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시계를 한 번쯤 보게 되죠. 열한 시 반, 열두 시, 열두 시 반. 밥 먹을 시간을 확인하는 데는 이보다 편한 방법도 없어요.

그런데 이 시간을 옛 방식으로 부르면 조금 재미있는 일이 생겨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오시(午時)라고 했거든요. 한자로 午는 '오'라고 읽어요. 정오(正午)라는 말에도 바로 그 글자가 들어 있고요.

그런데 午는 또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요. 열두 띠에서 말띠에 해당하는 글자도 오(午)예요.

말띠 이야기와 점심시간이 같은 글자로 이어진다니, 좀 엉뚱하죠. 하지만 말이 점심시간을 가리키는 동물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오(午)는 지지라는 열두 글자 가운데 하나이고, 그 글자를 시간에도 쓰고 띠에도 연결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부터 지지 이야기를 시작해 볼 만해요. 우리가 알고 있던 열두 동물보다, 그 동물들에 대응하는 열두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거든요.

말띠의 '오'를 시간표에서 다시 만나다

지지(地支)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라는 열두 글자를 정해진 차례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체계예요. 한자로는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라고 써요.

열두 띠를 말할 때는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라는 동물 이름이 익숙하죠. 이 동물들은 각각 지지의 한 글자에 대응해요.

이를테면 자(子)는 쥐, 축(丑)은 소, 오(午)는 말, 해(亥)는 돼지와 연결돼요.

그렇다고 자라는 한자가 곧 '쥐'라는 뜻이고 오라는 한자가 곧 '말'이라는 뜻인 건 아니에요. 지지는 자·축·인·묘처럼 글자 이름이 따로 있고, 열두 동물이 각각 그 글자에 대응하는 거예요.

이 구별을 알아두면 오시라는 표현도 덜 이상해져요. 오(午)가 말띠에 쓰이는 건 맞지만, 시간표에서 오(午)를 만났을 때는 동물의 모습을 떠올리기보다 열두 지지 중 일곱 번째 자리라는 점을 먼저 보면 되거든요.

하루를 열두 칸으로 나눴다고요?

지금은 하루를 스물네 시간으로 나누지만, 전통적으로는 하루를 열두 구간으로 나누고 각각에 지지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어요. 이 구간을 시진(時辰)이라고 불러요.

스물네 시간을 열두 구간으로 나누니 한 구간은 지금 시계로 두 시간에 해당해요. 자시, 축시, 인시 하는 식으로 이름이 바뀌는 거죠.

그런데 첫 번째 자시가 오전 0시에 딱 시작하는 것은 아니에요. 널리 쓰이는 전통 시각 대응표에서는 자시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로 잡아요. 자정은 그 두 시간의 가운데에 들어 있죠.

그다음 축시는 새벽 1시부터 3시, 인시는 3시부터 5시예요. 이렇게 두 시간씩 넘어가다가 일곱 번째 오시가 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가 돼요.

정오라는 말에 왜 오(午)가 들어가는지 이제 보이죠. 전통적인 시진에서 오시는 낮의 가운데 무렵을 차지하는 시간 구간이에요. 다만 오늘날 시계의 낮 12시와 태양이 실제로 하늘에서 가장 높이 뜨는 시각은 꼭 일치하지 않아요.

그럼 열두 지지의 순서와 동물, 시간은 어떻게 연결될까요? 한꺼번에 펼쳐 놓고 보면 꽤 말끔하게 정리돼요.

지지 12개의 순서와 열두 띠·전통 시진의 기본 시간 대응
순서 지지 동물 기본 시간 대응
1 자(子) 쥐 23:00~01:00
2 축(丑) 소 01:00~03:00
3 인(寅) 호랑이 03:00~05:00
4 묘(卯) 토끼 05:00~07:00
5 진(辰) 용 07:00~09:00
6 사(巳) 뱀 09:00~11:00
7 오(午) 말 11:00~13:00
8 미(未) 양 13:00~15:00
9 신(申) 원숭이 15:00~17:00
10 유(酉) 닭 17:00~19:00
11 술(戌) 개 19:00~21:00
12 해(亥) 돼지 21:00~23:00

표에 적은 시간은 전통적인 열두 시진을 오늘날 24시간으로 옮긴 기본 대응이에요. 자시는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라 날짜를 가로지르고요.

그런데 태어난 시각으로 사주를 계산할 때는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한국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서울은 그보다 서쪽에 있어요. 서울의 경도를 약 동경 127도로 보면, 서울의 지방평균태양시는 한국 표준시보다 약 32분 늦어요. 지방평균태양시는 태양이 하루 동안 움직이는 모습을 평균 내어 나타낸 시간이에요. 이 32분은 두 경도의 차이만으로 계산한 값이죠. 실제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은 날짜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래서 출생 시주를 계산할 때는 어떤 시각 기준을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해요.

동물 이름을 잠시 가리고 지지만 따라 읽어 봐도 좋아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앞부분의 자축인묘만 익숙했는데, 뒤에도 이렇게 자기 차례를 가진 글자들이 이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 지지는 열두 띠일까요, 열두 시간일까요?

둘 중 하나만 고르려고 하면 오히려 헷갈려요.

지지는 열두 글자로 이루어진 순서 체계이고, 열두 띠는 그 글자들에 대응하는 동물을 통해 해를 부르는 방식이에요. 전통적인 시진은 같은 열두 글자를 하루의 시간 구간에 사용한 것이고요.

그러니 지지의 자(子)를 봤을 때 그것이 쥐띠를 말하는지, 자시라는 시간을 말하는지는 앞뒤 문맥을 보면 돼요.

예를 들어 자년(子年)의 자(子)는 해를 나타내는 지지이고, 자시(子時)의 자(子)는 하루의 시간 구간을 나타내는 지지예요. 같은 글자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쓰인 곳에 따라 달라져요.

그러고 보면 지지는 열두 동물에만 연결되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전통적인 간지 체계에서 해와 달, 날과 시간을 나타내는 데에도 쓰였거든요.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열두 띠와 자시·오시는 그 여러 쓰임 가운데 일부인 거죠.

병오년의 '오'와 정오의 '오'

처음에 점심시간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익숙한 이름 하나를 다시 꺼내 볼게요. 병오년(丙午年)이에요.

병오년이라는 말은 해를 부르는 간지 이름이에요. 앞의 병(丙)은 열 글자로 이루어진 천간(天干)에 속하고, 뒤의 오(午)는 지금 배운 열두 지지에 속해요. 천간 하나와 지지 하나가 정해진 순서로 짝을 이룬 이름이죠.

여기서 병오년의 오(午)는 해의 이름을 이루는 글자예요. 정오의 오(午)는 하루 중 낮 열두 시와 이어지는 글자고요. 같은 한자가 서로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지지를 읽는다는 건 동물 이름만 떠올리는 일이 아니에요. 어떤 지지인지 알아보고, 그 글자가 지금 무엇을 나타내는지 살피는 일이기도 해요.

다음에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거나 달력에서 병오년이라는 이름을 만나면, 익숙한 '오' 한 글자가 슬쩍 눈에 들어올지도 몰라요.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말들이 같은 글자로 이어지는 순간이니까요.


참고 자료

  • Hong Kong Observatory, Heavenly Stems and Earthly Branches. 지지의 순서, 간지 구성, 연·월·일·시에서의 사용 및 전통 시진의 기본 시간 대응.
  • Hong Kong Observatory, The 12-Year Animal Cycle. 열두 지지와 열두 동물의 대응 관계.
  •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서머타임제」. 한국 표준시의 기준 경도와 표준시 변경에 관한 설명.
  • United States Naval Observatory, The Equation of Time. 지방평균태양시와 실제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시간의 차이에 관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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