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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시간을 모르면 사주를 볼 수 없을까? 시주의 빈자리와 계산법

· 60갑자와 일주 · 10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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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의 네 기둥을 왼쪽부터 시주·일주·월주·연주 순서로 배치한 그림. 출생 시간을 모르면 시주의 천간과 지지를 확정하기 어려워 물음표로 표시하고, 나머지 세 기둥은 날짜와 계산 기준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생일은 정확히 아는데, 태어난 시간을 물어보면 집안 분위기가 묘해질 때가 있어요. 누군가는 아침이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해가 지기 전이었다고 기억해요. 정작 몇 시 몇 분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요.

이럴 때 만세력을 펼치면 난감해져요. 태어난 시간을 입력하는 칸이 있거든요. 시간을 모르면 사주 자체를 확인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출생 시간을 몰라도 생년월일과 계산 기준이 확인되면 연주·월주·일주까지 세 기둥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태어난 시간에 해당하는 마지막 기둥, 시주(時柱)는 확정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모르는 건 시간 하나인데, 왜 사주에서는 글자 두 개가 비는 걸까요? 시계는 숫자로 시간을 알려주는데 만세력에는 한자가 두 글자씩 들어가잖아요.

여덟 글자 가운데 비어 있는 자리

사주(四柱)는 태어난 해·달·날·시간을 네 기둥으로 나타낸다는 뜻이에요. 기둥 하나에는 한자 두 글자가 들어가요. 앞 글자는 천간(天干), 뒤 글자는 지지(地支)라고 부르죠. 천간과 지지는 각각 정해진 순서로 돌아가는 글자들이에요.

네 기둥을 모두 펼치면 여덟 글자가 되니까 사주팔자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태어난 해를 나타내는 연주, 달을 나타내는 월주, 날을 나타내는 일주, 그리고 시간을 나타내는 시주. 이렇게 네 기둥이 나란히 놓여요.

그러니 출생 시간을 모른다고 해서 앞의 여섯 글자까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연주·월주·일주를 계산할 수 있다면, 그 세 기둥은 그대로 확인할 수 있죠.

그렇다고 생년월일만 알면 언제나 여섯 글자가 확정되는 건 아니에요. 명리학에서 연주와 월주는 달력의 1월 1일이나 매달 1일이 아니라 입춘과 절입 시각 같은 경계를 사용해요. 출생 시각이 그 경계에 걸쳐 있다면 연주나 월주도 달라질 수 있어요.

일주에도 주의할 점이 있어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무렵의 자시(子時)는 만세력이 날짜 경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일주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태어난 시간을 전혀 모른다면 자신이 그 경계에 걸렸는지도 알기 어렵고요.

태어난 시간을 모르면 시주를 확정하기 어려워요. 연주·월주·일주는 생년월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입춘이나 절입 시각, 자시의 날짜 경계에 걸린다면 출생 시간과 계산 기준을 더 살펴봐야 해요.

이제 비어 있는 마지막 기둥을 조금 들여다볼게요. 여기에는 우리가 익숙한 시계와는 다른 시간 구분이 숨어 있어요.

시계의 24시간, 지지의 열두 구간

시계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죠. 그런데 전통적인 시간 구분에서는 하루를 열두 구간으로 나눠요. 한 구간이 두 시간씩인 셈이에요. 이것을 시진(時辰)이라고 불러요.

열두 구간에는 자(子)·축(丑)·인(寅)·묘(卯)처럼 열두 지지가 차례로 붙어요. 시주에서 시간을 가리키는 지지를 특별히 시지(時支)라고 해요.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여도 시계와 나란히 놓으면 금방 감이 와요. 별도의 출생지 시간 보정을 하지 않고 자시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전까지로 정하는 기준을 예로 들어볼게요.

시지 시계 시간
자(子) 23:00~다음 날 00:59
축(丑) 01:00~02:59
인(寅) 03:00~04:59
묘(卯) 05:00~06:59
진(辰) 07:00~08:59
사(巳) 09:00~10:59
오(午) 11:00~12:59
미(未) 13:00~14:59
신(申) 15:00~16:59
유(酉) 17:00~18:59
술(戌) 19:00~20:59
해(亥) 21:00~22:59

이 표는 시지 구분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예요. 실제 만세력에서는 출생 지역에 따른 시간 보정이나 자시 처리 기준을 따로 확인해야 해요.

표에서 낮 12시를 찾아볼까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전까지는 오시(午時)예요. 우리가 쓰는 '정오'에도 같은 오(午)자가 들어 있어요.

이렇게 태어난 시각이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 알면 시지 한 글자를 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시주에는 앞 글자도 있죠. 그 글자까지 시계만 보고 정할 수 있을까요?

똑같이 낮 12시인데, 경오와 임오

이번에는 두 사람이 모두 낮 12시에 태어났다고 생각해 볼게요. 출생 지역에 따른 시간 보정은 없고, 앞에서 본 시간 구분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할게요.

두 사람 모두 오시에 태어났으니 시주의 뒤 글자는 오(午)예요. 여기까지는 같아요.

그런데 한 사람은 갑(甲)일에, 다른 사람은 을(乙)일에 태어났다면 결과가 달라져요.

갑과 을은 태어난 날의 천간이에요. 이것을 일간(日干)이라고 불러요. 시주의 앞 글자인 시간(時干)은 바로 이 일간을 기준으로 정하거든요.

태어난 날의 일간 출생 시각 시주
갑(甲) 12:00 경오(庚午)
을(乙) 12:00 임오(壬午)

뒤의 오(午)는 같은데 앞 글자는 경(庚)과 임(壬)으로 달라졌어요.

시계가 다른 것도 아니고, 계산할 때 사람의 성격을 참고한 것도 아니에요. 시주는 태어난 시각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태어난 날의 일간도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제 궁금한 건 하나예요. 갑일이면 왜 경오가 나오고, 을일이면 왜 임오가 나오는 걸까요? 여기에는 정해진 출발점과 순서가 있어요.

자시부터 차례로 세어 보니

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모두 열 개예요. 지지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열두 개고요.

시주를 계산할 때는 이 두 줄의 글자를 함께 움직여요. 자시에서 출발해 축시, 인시로 넘어갈 때마다 천간도 다음 글자로 한 칸씩 옮기는 거예요. 천간 열 개를 다 쓰면 다시 갑으로 돌아와요.

다만 모든 날이 같은 글자에서 시작하지는 않아요. 태어난 날의 일간에 따라 자시의 천간이 달라지거든요.

이렇게 일간을 기준으로 시주의 천간을 정하는 규칙을 오서둔(五鼠遁)이라고 불러요. 이름을 외우기보다 출발점을 먼저 보면 훨씬 쉬워요.

태어난 날의 일간 자시의 시주
갑(甲)·기(己) 갑자(甲子)
을(乙)·경(庚) 병자(丙子)
병(丙)·신(辛) 무자(戊子)
정(丁)·임(壬) 경자(庚子)
무(戊)·계(癸) 임자(壬子)

표에서 갑일을 찾아보면 자시는 갑자(甲子)에서 시작해요. 이제 오시까지 하나씩 움직여 볼게요.

갑자 → 을축 → 병인 → 정묘 → 무진 → 기사 → 경오

자시부터 오시까지 여섯 칸을 옮기니 경오(庚午)에 도착했어요.

을일은 자시의 출발점이 병자(丙子)예요.

병자 → 정축 → 무인 → 기묘 → 경진 → 신사 → 임오

이번에는 임오(壬午)가 나왔죠.

아까 같은 낮 12시인데도 결과가 달랐던 이유가 여기 있었어요. 시지는 출생 시각으로 찾지만, 앞의 천간은 일간에 맞는 출발점에서 세어야 하는 거예요.

이 계산법은 명나라 만민영의 《삼명통회》 권2 「논둔월시」에도 나와 있어요. 그곳에서는 월주의 천간은 해의 천간을 따라 정하고, 시주의 천간은 날의 천간을 따라 정하는 규칙을 설명해요.

그러니 시주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필요한 정보는 두 가지예요. 태어난 시각이 속한 시간 구간과 태어난 날의 일간. 이 둘이 맞물려야 시주 두 글자가 완성돼요.

“점심때쯤 태어났어”라는 기억

이제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가 볼까요. 가족에게 태어난 시간을 물었더니 "점심때쯤이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시간을 전혀 모를 때보다는 나아졌어요. 하지만 이 말만 듣고 낮 12시 출생이라고 입력하기는 어려워요. 어떤 사람에게 점심때는 오전 11시 반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앞서 사용한 시간 구분대로라면 낮 12시 50분은 오시(午時), 오후 1시 10분은 미시(未時)에 들어가요. 불과 20분 차이지만 시지가 달라지죠.

만약 일간이 갑(甲)이라면 오시는 경오(庚午), 그다음 미시는 신미(辛未)가 돼요. 정확한 출생 시각이 어느 쪽인지 모른다면 시주 하나를 골라 확정할 근거가 아직 없는 거예요.

실제 만세력에서는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해요. 출생 지역에 따른 시간 보정을 적용하는지, 시간 구간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에 따라 경계에 가까운 출생 시각의 판정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현재의 한국 표준시를 기준으로 서울 출생 시각에 약 32분의 경도 보정을 적용하는 만세력이라면, 오후 1시 10분도 보정 후 낮 12시 38분 무렵이 되어 미시가 아닌 오시로 계산될 수 있어요. 다만 출생 당시의 표준시와 서머타임 적용 여부, 만세력의 균시차 반영 방식에 따라 실제 보정값은 달라질 수 있어요.

특히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무렵에 걸쳐 있어서 조금 더 까다로워요. 자시가 시작되는 밤 11시를 날짜 경계로 보는 방식과 자정 전후를 구분하는 방식 등이 있어요. 이런 차이는 시주뿐 아니라 일주 계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 출생 시간이 밤늦은 시각이거나 시진 경계와 가깝다면, 만세력이 어떤 기준을 쓰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서로 다른 기준으로 나온 결과를 섞어서 한 사람의 시주라고 정하면 곤란해요.

가족의 기억이나 출생 기록을 통해 시간을 더 좁힐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기록도 없고 기억도 엇갈린다면, 가능한 시간을 억지로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어요.

만세력의 빈칸을 보면 어떻게든 채워야 할 것 같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빈칸은 계산에 실패했다는 표시가 아니에요. 지금 가진 정보로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이죠.

출생 시간이 없어도 계산 가능한 연주·월주·일주부터 확인할 수 있어요. 반대로 시주가 필요하다면 어떤 정보가 더 있어야 하는지도 이제 알게 됐고요.

물론 이렇게 구한 사주의 글자들이 사람의 성격이나 앞날을 과학적으로 확정해 주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서 살펴본 것은 전통 명리학 안에서 출생 정보를 네 기둥으로 배열하는 계산 규칙이에요.

처음에는 몇 시에 태어났는지 모른다는 사실 하나가 모든 걸 막아놓은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달랐죠.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남겨두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 시주를 읽을 때도 그 편이 훨씬 낫겠어요.


참고 자료

  • 만민영(萬民英), 《삼명통회(三命通會)》, 권2 「논둔월시(論遁月時)」. 일간에 따른 시주 천간의 출발점과 순행 계산 규칙.
  • 국가기록원, 「한국 표준시 변경」, 《오늘의 기록》, 2014년 3월 21일. 1954년 3월 21일과 1961년 8월 10일의 한국 표준시 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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