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신일주(甲申日柱)를 찾아보다가 '칠살(七殺)'이라는 말을 만나면 눈길이 멈출 수밖에 없어요. 일곱 칠에 죽일 살이라니. 명리학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꽤 섬뜩하게 들리죠.
게다가 성격이 강하다거나 압박을 많이 받는다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해요. 그렇다면 이름에 이렇게 무서운 한자가 들어간 일주로 태어난 사람은 위험하거나 불행하다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칠살은 원래 사람에게 붙인 딱지가 아니라, 글자 사이의 관계를 부르는 전통 명리학 용어예요. 갑신일주에서는 갑목(甲木)과 경금(庚金)의 관계에서 그 이름이 나와요.
그런데 옛 책을 펼쳐 보면 이 이름의 속사정이 꽤 흥미로워요. 무섭게 이름을 붙여 놓고는, 그 관계가 다른 글자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풀이를 달리하거든요.
칠살을 설명하는 옛 책의 뜻밖의 이야기
《삼명통회》 「논편관」에는 갑목이 경금을 만나는 경우가 나와요. 갑목은 나무에 해당하는 글자이고, 경금은 쇠에 해당하는 글자예요. 둘 사이에는 금이 목을 극하는 관계가 있어요.
여기서 '극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해친다는 뜻이 아니에요. 명리학에서 목·화·토·금·수라는 다섯 오행 사이에 정해 놓은 제어 관계를 가리켜요. 금극목(金剋木)은 그중 금이 목을 제어한다는 규칙이고요.
태어난 날의 위 글자를 기준으로 다른 글자와의 관계를 나누면 열 가지 이름이 나와요. 이를 십신이라고 불러요. 나를 극하는 오행은 그 가운데 관성이라는 갈래에 들어가죠.
갑목은 양의 나무이고 경금은 양의 쇠예요. 갑목을 극하는 금 가운데 음양이 같은 경금은 편관, 음양이 다른 신금(辛金)은 정관이 돼요. 이 구분은 정해진 계산 규칙이에요.
그렇다면 칠살은 무엇일까요? 편관을 가리키는 또 다른 전통적 이름이에요. 《삼명통회》는 일곱 자리 떨어진 글자가 서로 극하는 관계라는 설명을 붙여 칠살이라는 명칭을 소개해요.
그런데 책은 이름의 유래를 말한 뒤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요. 편관을 제어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지, 그 기운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 다른 오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따져 보거든요.
《삼명통회》에는 제어하는 조건이 있으면 편관, 없으면 칠살이라고 구별해 부르는 표현도 나와요. 다만 이것은 같은 관계를 어떤 조건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른 말이에요. 제어 여부에 따라 갑목에게 경금이 편관이라는 기본 계산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십신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같은 관계를 편관이라고도, 칠살이라고도 부르지만, 고전에서는 그 관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표현을 달리하기도 했던 거예요.
무서운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그 이름만으로 판단을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갑신에는 그 경금이 어디에 있을까요?
갑신은 60갑자 가운데 스물한 번째 조합이에요. 하늘을 나타내는 열 가지 글자인 천간과 땅을 나타내는 열두 가지 글자인 지지를 순서대로 짝지은 예순 개의 조합 가운데 하나죠. 태어난 날에 해당하는 한 쌍을 일주라고 해요.
갑신의 위 글자 갑(甲)은 목에 속하고, 아래 글자 신(申)은 금에 속해요. 둘 다 양이고요. 태어난 날의 위 글자인 갑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에서 갑목을 일간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갑신의 아래 글자는 신(申)이지 경(庚)이 아니잖아요. 경금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지지인 신(申) 안에 경금이 배속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명리학에서는 지지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정해 놓은 천간을 지장간(支藏干)이라고 불러요. 신(申)에는 무토(戊土)·임수(壬水)·경금(庚金)이 들어 있어요.
이 가운데 지지 신(申)의 중심이 되는 정기(正氣)는 경금(庚金)이에요. 그래서 일지의 십신을 정기 기준으로 표시하는 만세력에서는 갑신일주가 편관으로 나와요.
갑목은 양목이고, 경금은 양금이에요. 금이 목을 극하므로 경금은 갑목에게 관성이고, 두 글자의 음양이 같으므로 편관이 돼요. 바로 그 편관을 칠살이라고도 부르는 거예요.
그런데 지지 신(申)에는 경금 말고도 무토와 임수가 들어 있어요. 이 두 글자까지 살펴보면 칠살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관계가 드러나요.
경금이 갑목을 누르는데, 임수는 갑목을 돕네요
신(申)에 들어 있는 무토·임수·경금을 갑목 기준으로 읽으면 각각 편재·편인·편관이 돼요.
무토는 갑목이 극하는 양의 흙이라 편재예요. 임수는 갑목을 생해 주는 양의 물이라 편인이고요. 경금은 앞에서 본 것처럼 갑목을 극하는 양의 쇠라 편관이에요.
이 셋 가운데 경금과 임수를 나란히 놓아 볼게요.
경금은 갑목을 극하지만, 임수는 갑목을 생해 줘요. 한쪽은 갑목을 제어하는 관계이고, 다른 한쪽은 갑목에 기운을 보태는 관계예요. 둘 다 신(申)의 지장간에 들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고요.
오행에서는 금이 수를 생하고, 수가 목을 생한다고 해요. 이를 이어 놓으면 금 → 수 → 목이라는 순서가 돼요.
갑신의 글자에 대입하면 경금 → 임수 → 갑목이에요. 경금이 임수를 생하고, 임수가 갑목을 생하는 관계를 계산할 수 있죠.
처음에 살펴본 《삼명통회》에서도 편관을 이야기하면서 인성의 도움을 살펴봐요. 인성은 일간을 생해 주는 오행에 붙이는 십신의 갈래예요. 갑목에게 임수는 그 가운데 편인이에요.
전통 명리에서는 살이 인성을 생하고, 인성이 다시 일간을 생하는 관계를 살인상생(殺印相生)이라고 해요. 갑신의 지장간에도 그 연결을 살펴볼 만한 글자들이 있어요. 경금은 편관에, 임수는 편인에 해당하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확인한 것은 오행상 금생수·수생목의 관계예요. 갑신일주라는 사실만으로 살인상생의 해석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실제 사주에서는 태어난 달을 비롯한 다른 글자와 기운의 상태, 관계가 작용하는 조건까지 함께 살펴야 해요.
갑신의 지장간에 관해 확실히 알게 된 건 따로 있어요. 갑목을 극하는 경금만 있는 게 아니라, 갑목을 생하는 임수도 같은 지지 신(申)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칠살이라는 이름 하나만 볼 때는 놓치기 쉬운 구성이죠.
무서운 이름이 사람의 성격이 되기까지
갑신일주를 강단 있다거나 긴장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성격으로 풀이하는 글을 만나면, 그 말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조금 더 따져 볼 수 있어요.
《삼명통회》는 편관을 제어와 긴장에 관련된 관계로 설명하면서, 그것을 적절하게 다루는 경우에는 권한이나 역할과 연결하는 전통적 해석도 소개해요. 반대로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말을 남겼고요.
옛 책의 표현은 지금 읽기에 거칠어요. 상대를 제어하는 관계를 싸움에 비유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조건을 설명하면서 무서운 말을 쓰기도 해요. 그렇다고 그런 표현을 오늘날 갑신일주인 사람의 성격이나 미래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겠죠.
갑신에서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갑목을 기준으로 경금이 편관이고, 임수가 편인이며, 무토가 편재라는 사실이에요. 칠살이나 살인상생에 붙는 의미는 전통 명리학이 그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이에요. 실제 사람이 얼마나 강하거나 유연한지는 이 두 글자만으로 판정할 수 없어요.
처음에 눈에 걸렸던 건 칠살의 살(殺) 자였어요. 그런데 그 글자 뒤에는 갑목을 극하는 경금도 있고, 경금이 생하는 임수도 있어요. 임수는 다시 갑목을 생하고요. 옛 명리학은 이런 관계들을 함께 살피면서 칠살을 해석했어요.
그러니 칠살이라는 이름을 누군가의 성격이나 미래에 대한 무서운 판정문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이름이 생긴 이유와 그 주변의 관계를 알고 나면, 처음에 섬뜩했던 한자도 조금 다르게 읽히죠.
참고 자료
- 만민영(萬民英), 《삼명통회(三命通會)》 권5 「논편관(論偏官)」. 갑목과 경금의 편관 관계, 칠살 명칭, 인성과의 관계 및 제어·생화 조건에 관한 전통 해석.
- 안성재, 「제5강 지장간 원리 해설」, KOCW 공개 강의자료. 지지 신(申)의 무(戊)·임(壬)·경(庚) 지장간 배속을 확인한 자료.


